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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하는 마음: 당신의 글은 안녕하신가요?

승희
2024-07-20
조회수 130


'1년'. ‘띵동(생각(Think)하고, 행동(Do)한다)’을 시작한 후 첫 칼럼을 쓰는데 소요된 시간이다. 혹자는 글 한번 쓰는데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한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물론 나 또한 첫 칼럼을 쓰는데 있어 1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할지 예상 못했다😅. 평소 대중 앞에서 발표하는데 있어 큰 어려움이 없었고, 일하는 동안 정책 보고서, 제안서 등 다양한 문서를 작성해 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글 쓰는 것에 큰 부담이나 어려움이 없었다. 아니,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렇다면 첫 칼럼을 쓰기까지 나는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까? 




그 물음에 대하여 고민하던 중 ‘이오덕1의 글쓰기’ 라는 책을 만났다.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칼럼 작성 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글쓰기 기법과 같은 기술적인 내용을 기대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첫 장부터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책은 이오덕 선생님이 생각하는 어린이들의 글쓰기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그에 대한 '성찰'이었다.

이오덕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어린이들의 글쓰기 교육은 ‘삶을 찾아 주는 교육, 삶을 지키는 교육’이다. 그렇게 때문에 아이들의 글쓰기는 무엇보다 그들의 삶(생활)을 거짓 없이 정직하게 그들의 말로 쓰게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글쓰기는 자기 표현이자 삶을 찾아주고 지키는 교육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현실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이 정해 놓은 틀 속에서 통제되고 정제된 표현을 사용하며, 거짓된 글쓰기가 난무한다. 이를 반증 하듯 여전히 수많은 글짓기 대회 입상 수상작들은 대부분 해당 연령 나이의 어린이가 작성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나이 답지 않은 표현들과 정교한 테크닉을 담은 글들로 가득하다. 이에 대하여 이오덕 선생님은 아이들의 글쓰기가 어른들로부터 조정되고 꾸며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어린이들이 ‘어린이’ 다운 글을 쓸 줄 알아야 비로소 자신의 삶을 글 속에 담을 수 있고 그렇게 성장한 어린이가 결국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어른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2024년 오늘날 어린이들의 ‘글쓰기’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 책이 출판된 시기는 1993년이다) ? 관련하여 시 한 편을 공유하고자 한다.



새치기 대장들2 


물놀이장 만들어 놓으면

제일 먼저 들어가는

새치기 대장들

 

새치기 대장들 때문에

물놀이장 들어갈 때

우와! 대신에

으악! 이다

 

물놀이장의 덮개를 여는 순간

줄 안 서고 먼저 놀고 있는

요 얌체 벌레들!


시를 읽고 난 후 누가 이 시를 작성했다고 생각이 드는가? 이 시는 ‘전국어린이글짓기대회’에서 입상한 저학년 운문 최우수작으로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의 작품이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의 작품이라니, 믿겨지는가? 너무나 깔끔하게 맞춰진 운율이나 의인화된 표현까지, 시의 주제만 제외하면 성인이 작성했다고 해도 나무랄 때 없는 너무나 정교하여 흠잡을 곳이 없다. 결정적으로, 책에서도 줄곧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천 되기 어려운 부분인 초등학교 2학년 아이만이 할 수 있는 정직하고, 아이 다운 표현을 찾아보기 어렵다. 비록 기술적인 부분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그 나이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이 이 시에는 담겨있지 않다. 안타깝지만, 여전히 오늘날 글짓기 대회 입상작들의 대다수가 비슷하다. 이는 수상 기준이 아이 다운 표현력보다는 기술적인 테크닉에 치우쳐 운율에 맞춰서 비슷한 표현들로 다양한 주제들을 의인화한 다수의 작품들 속에서 우리는 앞서 이오덕 선생님이 강조했던 아이들만의 독창성이나 창의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창의 교육'이 강조되는 현 시대에서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아이들의 고유한, 자유로운 표현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지 않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껏 어떤 글을 써왔던가? 솔직히 말하면, 학창시절부터 지금껏 나는 일기를 제외하고는 ‘나’에 대한 글쓰기를 해본 적이 없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해볼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았다. 어린 시절 다양한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할 때도, 대학 입시를 위한 논술 준비에서도, 직장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문서 작성에서도 강조되는 건 글쓰기의 기술적인 부분이지 내 생각을 솔직하게 나 답게 표현하는 방법은 아니었다. 그렇게 내가 쓰는 글은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하는 글 ‘쓰기’가 아닌 상대방이 원하는 의도와 정답에 맞춰진 글 ‘짓기’가 되어왔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는 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글을 쓰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생겨있었다. 아마도 이 두려움은 내가 해 본 적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생겨난 두려움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삶이 있는 글을 쓰자. 삶을 쓰자. 그 삶은 남의 삶이 아닌 나 자신의 삶이다. 
삶의 글은 삶의 말로 써야 한다. 삶의 말은 나날이 쓰는 정다운 우리들의 말, 나 자신의 말이다. 
빌려 온 말, 유식을 자랑하는 말, 남의 말이 아닌 쉬운 우리 말이다. 
사실을 보여주는 말, 진실을 느끼게 하는 말, 가슴에 바로 와닿는 말이다.’

- 이오덕의 ‘이오덕의 글쓰기’ 중에서 –


띵동 첫 컬럼을 어떤 이야기로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고민 끝에 칼럼이라는 '글쓰기' 라는 근본에 대한 이야기와 앞서 글을 시작하며 스스로에게 물었던 물음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 이야기를 중심으로 첫 칼럼을 시작하였다. 그동안 첫 컬럼을 쓰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는지 생각해보면, 나는 아마도 개발협력에 대한 내 생각을 표현하고, 담을 수 있는 글 쓰기를 하기 위한 마음가짐의 시간이 필요했던 거라 생각한다. 그 시간은 지금까지 답이 있는 글 짓기를 해오던 나에게 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했던 시간이자, 지금껏 내가 써온 글에 대한 방식에 대한 변화의 시간이었고, 내 생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보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앞으로 칼럼을 작성하는데 있어 어떠한 태도로 임해야 할지 조금은 명확해졌다. 앞서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처럼 화려한 표현과 정교한 기술에 집중한 정제된 글쓰기가 아닌, '생각(Think)하고, 행동(Do)한다' 라는 '띵동'의 정체성처럼 개발 협력에 대한 나의 생각과 언어로 자신의 삶을 담은 글을 띵동 칼럼을 통해 시작하고자 한다. 나 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도 이번 기회에 (띵동🔔)자신이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그 글에 정작 ‘나’는 빠져있지 않은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길 바라본다.

 

[1] 이오덕(1925-2003)은 대한민국 교육자이자 아동문학가로 <이오덕의 글쓰기> 외에도, <아동시론>, <별들의 합창>, <시정신과 유희정신>, 삶과 믿음의 교실>, <어린이를 지키는 문학> 등 다수의 책을 출판하였다.   

[2] 한국글짓기지도회에서 주최한 제 57회 전국어린이글짓기대회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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